개요 : 미스터리
개봉일 : 2025-04-09
감독 : 강동인
출연 : 이수혁, 하윤경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강동인의 [파란]은 영화의 기반이 되는 초반 설정을 오프닝 크레딧 이전에 깔끔하게 요약정리하면서 시작됩니다.
이 영화의 남자 주인공 태화는 국가대표 클레이 사격 선수인데 폐섬유종을 앓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폐이식으로 간신히 목숨을 건지지만 아버지는 수술 중 죽어요.
더 고약한 건 아버지가 수술 얼마 전에 교통사고로 사람을 치어 죽이고 암매장했다는 것입니다.
이제 태화는 폐와 함께 죽은 아버지의 죄도 물려받았습니다.
현재로 넘어가면 우리는 두 번째 주인공을 소개받습니다.
태화의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죽인 남자의 딸인 미지예요.
태화는 어떻게든 미지에게 보답을 해주려 하지만, 미지는 자퇴하고 가출했습니다.
그리고 둘은 어느 날 아주 운명적으로 어느 보석상에서 만납니다.
미지는 태화가 팔려던 장신구를 훔쳐서 달아나고요.
정말 인위적인 우연의 일치지요.
하지만 그런 우연의 일치는 실제로 일어나기도 하니까 그 자체는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가 있다고 해도 우기면 되지요.
단지 그러려면 이 우연의 일치에 기반을 둔 이야기가 잘 흘러야 되는데, 이 영화는 그런 거 같지 않습니다.
영화가 많이 투박하고 거칠며 인위적인 장치들이 지나치게 잘 보입니다.
그 중 상당수는 왜 거기 그렇게 넣었는지 이해가 되긴 하지만 잘 먹히지 않는 장치들이지요.
주변 사람들이 태화를 살인자의 아들이라고 비난하는 환상 장면 같은 게 그래요.
태화와 미지 모두 그렇게까지 호감이 가는 사람들은 아닙니다.
특히 태화는 자신의 고통을 지나치게 자기도취적으로 전시하기 때문에 재수가 없죠.
하지만 관객들은 그런 재수없음을 이해합니다.
다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그런 호감가지 않는 사람들이 된 것이고, 그 안에서 그들은 모두 최선을 다하거든요.
얼마 전에 저는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도덕극의 주인공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로비]의 주인공에 대해 불평한 적 있는데요.
적어도 태화는 영화 내내 끊임없이 올바르게 고민하며 어떻게든 옳은 일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주인공 자격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후반에 이르면 숨겨진 여러 비밀이 드러나고 [파란]은 초반에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멜로드라마틱한 경로를 따릅니다.
그리고 그런 길을 택한 영화가 주는 재미들이 상당한 서스펜스를 업고 흘러나옵니다.
여기서부터 관객들은 영화가 퀄리티 같은 어느 정도 걸 포기하더라도 두 주인공이 해피 엔딩을 맞길 바라게 됩니다.
단지 따로따로요. 암만 봐도 둘은 서로를 못견딜 거 같으니까.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